25일간의 내면 나침반,잃어버린 나를 찾는 마음 항해
25일간의 내면 나침반,잃어버린 나를 찾는 마음 항해

오래전 어느 글에서 우리는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는 인구의 규모가 마치 거대한 풍경처럼 느껴진다는 생각을 잠시 나누어 본 적이 있습니다.
80억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크기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나의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면 거기에는 과연 몇 명의 사람이 함께 자리하고 있을까요.
마주하지만 언제부터 내 곁에 있었는지조차 또렷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늘 함께해서 오히려 새로이 눈여겨보지 않게 된 사람도 있겠지요.
당연히 그 자리에 머물 것이라 믿기 때문에 특별히 마음 쓰지 않는 사이도 분명 존재합니다.
우리는 보통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의외로 그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어 내가 살아가는 작은 세상의 지도, 곧 나의 인구지도를 천천히 그려보려 합니다.
전 세계의 모습을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곁의 사람들을 가만히 세어보고,
그 풍성함과 부족함을 직접 느껴보고, 너무 익숙해서 잠시 잊고 있던 이름을 다시 불러보고,
지금보다 더 넓은 자리로 초대하고 싶은 곳과 조심스럽게 보호해야 할 곳을 차분히 살피기 위함입니다.
소요시간은 대략 20분에서 3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준비물로는 백지가 한 장과 펜 하나면 됩니다.
가능하다면 조용한 공간에서 진행하면 마음이 좀 더 잘 가라앉습니다.
1단계, 내 곁의 인구를 가만히 세어보기
내 인생의 지도를 채우고 있는 인물들을 몇 개의 영역으로 가볍게 나눠봅니다.
많은 내용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혹은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대로 몇 명 정도만 적어보면 충분합니다.
일상의 영역입니다.
혹은 일주일에 몇 번씩 꾸준히 마주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 친한 친구처럼 나의 평범한 하루를 채워주는 얼굴들이지요.
너무 익숙한 나머지 평소에는 의식적으로 헤아려본 적이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영역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계절의 영역입니다.
몇 달에 한 번, 혹은 계절이 바뀔 무렵쯤 생각이 나고 실제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지요.
기억의 영역입니다.
지금은 만나지 못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락이 끊어졌거나 먼저 떠나보낸 사이도 여기에 포함되지요.
지도에서 거리는 멀어졌어도, 삶의 한 자리는 분명 그들에게서 여전히 비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향의 영역입니다.
직접 얼굴을 맞대어 본 적은 없지만 나의 가치관과 판단에 뜻밖에도 자주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지요.
책 속에서 깊은 문장을 남긴 누군가, 오랫동안 존경해온 인물처럼 그 영향이 좋은 쪽이든 그렇지 않은 쪽이든, 이들은 분명 나의 인생 지도에서 하나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단계, 내 지도의 밀도를 살피기
인구지도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사실 숫자 그 자신이 아니라 밀도입니다.
너무 빽빽하게 들어찬 곳은 어느 순간 힘이 빠지고, 너무 오래 비어 있는 곳은 쓸쓸함이 스며들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의외로 밀도가 가장 높은 영역일수록 우리는 그 사람을 제대로 살피는 일을 잘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나는 사람이니까, 늘 그 자리에 머물 사람이라는 생각이 이미 자리 잡고 있거든요.
아래에 적힌 질문들을 천천히 읽어보면서, 마음에 한 곳이 스치는 항목이 있다면 그것 하나만 골라 짧게 적어봅니다.
지금 내가 품고 있는 관계의 지도에서 가장 붐비는 영역은 어디입니까.
그 풍요로움이 나에게 기쁨을 줍니까, 아니면 부담이 됩니까.
반대로 오랫동안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영역은 어디입니까.
그 공백이 편안하게 느껴집니까, 아니면 어떤 순간 갑자기 허전해집니까.
내가 가장 많은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관계의 상대는 누구입니까.
그리고 나에게 가장 많은 따뜻함과 힘을 돌려주는 관계의 상대는 누구입니까.
그 두 사람이 동일합니까, 혹은 서로 다릅니까.
요즘 나는 관계 안에서 줄 테기만 하는 입니까, 받는 쪽에 가깝습니까.
그 균형이 지금 내게 잘 맞고 있다고 느낍니까.
여기까지 도달했다면 당신의 지도에는 이미 서로 다른 농도를 가진 여러 영역이 자연스럽게 그려졌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도는 단지 밀도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붐비는 영역이라 해도 그 안의 점 하나하나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으면 그것은 진짜 지도가 아니라 그저 얼룩에 불과하니까요.
3단계, 이름을 붙여보기
지도가 진짜 지도로 인정받는 이유는 거기에 적힌 이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적히는 순간 하나의 점은 의미 있는 장소가 됩니다.
반대로 아무리 오래 머물던 자리라도 이름이 없다면 지도에서는 그냥 빈칸으로 남고 마는 것입니다.
일상의 영역에서, 곁에 있으면서 오히려 너무 붐벼서 제대로 자리를 내어주지 못한 채 지나쳐온 사람이 있습니까.
계절의 영역에서, 가끔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믿어왔지만 사실은 조금 더 자주 자리를 내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기억의 영역에서, 요즘 이 영역은 차츰 비어지고 있습니까, 아니면 차츰 채워지고 있습니까.
그 변화가 당신 스스로에게 어떤 감정으로 다가옵니까.
영향의 영역에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각보다 큰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던 존재가 있습니까.
4단계, 자리를 다시 조정하기
이름을 하나씩 가만히 불러본 뒤에는 지도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다만 이름을 부르는 것에서 바로 끝내면 안 됩니다.
어떤 이름은 불러보다 보니 지금보다 좀 더 가까운 자리로 옮겨주고 싶어지고, 어떤 이름은 오래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먼 곳에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은 결국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자리를 내어줄지를 차분히 새로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다시 가까워지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되는 사람이 있습니까.
오랫동안 가까운 곳에 두었지만 이제는 약간의 거리를 두어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일상의 영역에 속하면서도 정작 차분하게 오래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까.
먼 거리에 있으면서도 변함없이 곁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말해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여기까지 진행했다면 아래에 적힌 빈칸도 한 줄씩 채워봅니다.
지금 내 지도에서 좀 더 편안한 자리로 옮겨주고 싶은 사람은 ( ) 입니다.
오래 같은 자리에 두었지만 이제는 조금 옮겨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은 ( ) 입니다.
한동안 드문드문 만났지만 이제는 다시 자주 채우고 싶은 영역은 ( ) 입니다.
올해 안에서 다른 모습, 다른 감정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 입니다.
자리를 옮긴다고 해서 그 사람의 소중함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붐볐던 자리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충분한 공간을 갖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자리는 한층 더 또렷해집니다.
그리고 영역은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이었던 사람이 계절로 옮겨가고, 계절이었던 사람이 다시 일상의 자리에 돌아오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인생의 지도는 이렇게 서로 영역을 넘나들며 다시 그려지는 법입니다.
이번 주의 작은 실험
인생의 지도를 그리는 일은 오늘 하루 만에 끝나지 않습니다.
한 조각씩 덧그려 나가는 것에 가깝지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이렇게 한번 시도해봅니다.
네 가지 영역 가운데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 사람에게 주어질 자리를 새롭게 정해봅니다.
오늘은 이 사람을 조금 더 가까이, 내일은 저 사람을 조금 더 편안한 자리에 두는 식으로 하루에 한 명씩만 옮겨봐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실험은 관계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너무 익숙해서 부르지 않고 그냥 지나친 이름 하나를 다시 또렷하게 새기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길과 이름을 알아보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지도란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름은 계속 이어지고, 자리는 계속 바뀔 테니까요.
조금씩 다시 그려지는 것이 본래 지도의 진짜 역할입니다.
Justin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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