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씨유 매장 점주는 요즘 한숨이 깊다. 물건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수량이 너무 적어 손님들이 그냥 돌아가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하루 두 번 들어오던 물류가 한 번만 오거나, 들어오는 양도 절반에 못 미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삼각김밥, 도시락 같은 잘 팔리는 간편식은 금방 동나고, 낮 시간에는 진열대를 채울 상품이 없어 빈칸이 오래 남는다.
이런 상황은 한두 매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와 물류 거점, 생산시설 봉쇄가 이어지면서 씨유 매장 곳곳에서 상품 공급이 흔들리고 있다. 물류회사와 노조가 실무 협의를 진행했지만, 운송비 인상과 책임 범위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서 빠른 해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그 결과 전국 약 이천 개 매장에서 즉석식품과 인기 디저트 같은 주요 상품이 제때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현장 점주들이 받고 있다. 점주들에 따르면 일부 매장은 파업 전보다 매출이 최대 30퍼센트 가까이 줄었다. 특히 회전이 빠른 간편식 품목이 비면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하고 다른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한 번 발길이 끊긴 손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단순한 품절을 넘어 고객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점주들의 불만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일부 매장에는 운송 거부가 점주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취지의 안내문까지 붙었다.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주들만 손해를 떠안는 구조가 된 셈이다. 점주 단체는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본사와 물류회사, 노조를 상대로 문제 해결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더 걱정되는 부분은 앞으로다. 정부가 곧 소득 하위 70퍼센트 국민에게 1인당 10만 원에서 60만 원까지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인데, 전체 규모가 사조 팔천억 원에 이른다. 이런 지원금이 풀리면 편의점 매출이 함께 오를 가능성이 큰데, 정작 씨유는 빈 진열대 때문에 그 수요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다른 편의점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파업이 시작된 뒤 지에스이십오에서는 간편식 매출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고, 음료와 주류, 즉석조리 상품도 함께 상승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즉석치킨, 신선식품, 간편식 판매가 고르게 증가했다. 다른 업체들이 지원금 수요를 노리고 할인 행사와 묶음 판매를 준비하는 동안, 씨유는 상품 구색 자체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가 단순한 물류 지연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편의점 사업은 점주와 매장의 힘이 매우 중요한데, 공급 불안이 오래가면 소비자 신뢰가 약해지고 점주들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 상황이 길어질수록 브랜드 경쟁력이 흔들리고, 운영 여건이 더 나은 다른 브랜드로 옮기려는 점주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금 씨유가 겪는 문제는 잠깐의 품절이 아니라 매출, 고객, 점주 신뢰가 함께 흔들리는 위기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