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앞두고 노사 대응 체계를 더 강하게 다듬고 있다. 바깥 경영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 정년 연장 문제까지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번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는 최근 울산공장에서 노조와 처음 만나 본격적인 협상 절차에 들어갔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순이익을 반영한 성과급 지급, 상여금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정년 연장이다. 그동안 회사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법정 정년을 예순다섯 살로 늘리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르다.
산업계에서는 정년을 한꺼번에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생산성 관리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완성차 업계는 생산직 인건비 비중이 높은 편이고, 전기차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에 맞춰 공정 효율화와 인력 재배치도 서둘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주 사일 반 근무제, 로봇 도입 반대 같은 요구를 한꺼번에 받아들이면 회사의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경영 환경도 만만하지 않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에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영향으로 큰 비용이 추가로 들었고, 미국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도 더 거세졌다. 실제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이 빠르게 심해지면서 미래 경쟁력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룹은 기아에서 생산과 노무 업무를 오래 맡아온 최준영 사장을 정책개발실장으로 배치했다. 이 자리는 그룹의 노사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데, 예전보다 더 높은 직급 인사를 앉힌 것은 이번 사안을 계열사별 문제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생산 안정과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큰 과제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 사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기아에서 국내 생산과 안전, 노무 현안을 맡으며 협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최근 여러 해 동안 큰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올해 협상에서도 노조의 요구와 회사의 장기 전략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찾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제계는 정년을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해 늘리는 방식보다, 회사 사정과 일의 성격을 반영한 유연한 재고용 제도가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정년 뒤에도 계속 일할 기회는 넓히되, 맡는 일과 성과에 따라 보상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단계적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이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