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은 먼저 아픈 역사를 떠올린다. 식민 지배, 강제노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처럼 오래된 갈등은 지금도 두 나라 사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인이 자주 찾는 가까운 나라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을 감정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이해하려는 시선도 함께 가져야 한다.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책이 ‘일본을 걷는 이유’다. 이 책은 일본 남쪽 지역부터 북쪽 끝까지 긴 거리를 직접 걸으며 보고 들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여러 모습을 현장에서 살펴본 기록에 가깝다.
책이 보여주는 일본의 모습은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역사를 불편하게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고, 전쟁의 책임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 태도도 있다. 반대로 과거를 반성하려는 사람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시민들도 함께 나온다. 이 책은 바로 그 서로 다른 얼굴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저자는 일본 곳곳의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갔고, 그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을 함께 남겼다. 그래서 독자는 감정적인 말보다 실제 현장에 가까운 분위기 속에서 일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한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따라가며, 우리가 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지 묻는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일본의 근대화가 어떻게 발전과 폭력을 함께 만들었는지 살펴본다. 또 다른 부분에서는 전쟁의 상처, 독도 문제, 그리고 역사 앞에서 양심적으로 행동한 일본인들의 모습을 함께 다룬다. 마지막 흐름에서는 강제노동과 지역 수탈의 흔적을 마주하며, 결국 책임과 화해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의 중요한 점은 일본을 무조건 미워하거나, 반대로 감싸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잘못된 역사 인식은 분명하게 비판하면서도, 일본 사회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까지 함께 본다. 군국주의적 태도를 가진 일본과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시민은 같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실제로 책에는 안중근 의사의 인품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일본 헌병, 조선인을 도우려 했던 법조인, 큰 재난 속에서 조선인을 지키려 했던 공무원, 그리고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흔적을 찾는 시민단체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사례들은 일본 사회를 하나의 얼굴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일본에 대해 정답을 내려 주기보다, 더 깊이 생각할 질문을 건넨다. 일본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단지 이웃 나라를 아는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과정일 수 있다. 미움과 흥분에만 머물 것인지, 아니면 사실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할 것인지 조용히 묻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