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형과 신창원 사건을 맡았던 엄상익 변호사의 실버타운 입주 생활 직접 체험록





한때 굵직한 사건을 맡으며 오래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엄상익 변호사가, 이번에는 자신의 노년 생활을 담은 새로운 글을 선보였다.

이번 책은 그가 약 2년 동안 실버타운에서 직접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기록이다. 조용한 동해 바닷가에 머물며 보고 느낀 일상,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그는 예전에도 오랜 변호 활동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삶의 여러 장면을 글로 풀어낸 바 있다. 이번 책에서는 시선을 조금 더 안쪽으로 돌려, 늙어감과 생활의 변화를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스스로를 이제 ‘노인의 세계에 들어선 사람’처럼 느낀다고 말하며,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갔다.

실버타운 생활은 모두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고도 설명한다. 바다를 가까이 두고 조용히 글을 쓰거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무척 편안한 곳일 수 있지만, 활기찬 도시 생활이나 많은 자극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하고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 가운데는 풍경은 좋아했지만,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며 오래 머물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가 전하는 가장 큰 이야기는, 실버타운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편하게 쉬는 곳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곳에서는 누구나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또 삶의 마지막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입주자들은 하루하루를 아끼며 살아가고, 몸의 변화와 이별의 순간도 조용히 받아들이려 애쓴다.

그래도 그의 시선은 지나치게 어둡지 않다. 죽음이나 쇠퇴를 말하면서도 글 전체에는 따뜻함이 흐른다. 함께 사는 사람들은 각자의 지난 영광이나 상처를 조금씩 내려놓고, 비슷한 처지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그곳은 누구에게나 나이가 같은 무게로 다가오는, 어쩌면 더 평등한 삶의 자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 책은 실버타운 소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늙어가는 시간을 두려움만으로 보지 않고, 남은 날을 어떻게 더 편안하고 단정하게 살아갈지 묻는 기록에 가깝다. 엄상익 변호사는 다양한 입주자들의 생각과 생활을 통해, 노년이 끝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다시 천천히 정리하고 돌아보는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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