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한식을 새롭게 풀어내는 셰프의 방식
강민철 셰프가 만드는 음식의 핵심은 어려운 기술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 아는 한식을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시 느끼게 하는 데 있다. 간장게장, 동치미, 편육처럼 낯설지 않은 음식이 식탁에 오르지만, 여기에 새로운 재료와 생각을 더해 전혀 다른 분위기의 한 접시로 완성한다. 익숙한 맛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조합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식으로 시선을 돌린 이유
그는 오랫동안 프랑스 요리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아왔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식당 역시 자연스럽게 프랑스식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까이에 있는 한국 음식에 대해 스스로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뒤로 한식의 역사와 조리법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국 사람인 자신이 프랑스 요리를 해오며 쌓은 경험을 한식 안에 녹여내는 방향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게 됐다.
기본을 직접 만들며 다진 맛
새로운 식당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돌아본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장과 김치 같은 기본 재료였다. 그는 직접 장을 담그고, 손수 기본 재료를 만들며 한식의 뿌리부터 다시 익혔다. 좋은 재료를 받아 쓰는 방법도 있지만, 한식에서 장은 음식의 바탕이 되는 만큼 스스로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결론은 복잡한 비법보다 꾸준히 살피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자주 열어 보고, 상태를 확인하고, 작은 변화에도 신경 쓰는 태도가 결국 맛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해외 주방에서 배운 것
스물네 살 무렵 그는 요리의 길을 더 넓게 배우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 처음에는 경력도 넉넉하지 않아 짧게라도 배울 수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부딪혔다. 힘든 시간이 길었지만 다른 길을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미국과 홍콩, 프랑스를 거치며 여러 주방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배운 가장 큰 가치는 특별한 기술보다 재료를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었다. 같은 양파를 볶아도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과 정성을 담아 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이 그의 요리 철학으로 남았다.
메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의 메뉴는 긴 계산 끝에 나오기보다 일상 속 순간적인 생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날에는 평범한 식사 자리에서 떠오른 생각이 새로운 요리가 되고, 또 어떤 날에는 좋은 제철 재료를 보다가 예상 밖의 조합이 완성된다. 예를 들어 익숙한 게장에 향이 강한 재료를 더해 맛의 결을 바꾸고, 동치미에는 바다의 풍미와 신선한 식감을 얹어 완전히 다른 인상을 만든다. 이렇게 탄생한 음식들은 낯선 척하지 않으면서도 처음 먹어보는 느낌을 남긴다.
손맛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방법
그는 한식의 손맛이 특별한 장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어느 나라 음식이든 결국 맛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감각이라는 생각이다. 같은 재료라도 오늘은 맵고, 내일은 달고, 수분 상태도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조리법만 따라서는 부족하다. 그래서 계속 맛을 보고, 그날의 재료 상태에 맞게 손질하고, 미세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좋은 음식은 손끝의 감각과 세심한 관심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식당 안에 담긴 취향과 집중
그의 관심은 접시 위 음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식당 안에 놓인 그릇, 식기, 소품, 작품까지 하나하나 직접 고르며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만든다. 따로 꾸미기 위해 억지로 채우기보다, 평소 좋아하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공간 안에 들여놓는 방식에 가깝다. 쉬는 날에도 대부분 식당과 요리를 생각할 만큼 삶의 중심이 분명하고, 그런 몰입이 식당의 분위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셰프로서 가장 큰 보람
그에게 가장 뜻깊은 순간은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만족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넬 때다. 누군가 자신의 하루 중 소중한 시간을 내어 식당을 찾고, 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성취는 멀리 있는 특별한 날보다 오늘 이곳을 찾은 손님에게 좋은 한 끼를 전하는 순간에 더 가깝다. 지금도 그는 익숙한 한식을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내며, 한 접시 안에 사랑과 정성을 담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