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대표 이예원은 ‘봄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통산 10번 우승 가운데 무려 8번을 3월에서 5월 사이 열린 대회에서 따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흐름은 꽤 달라졌다. 지난 4월 덕신EPC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우승을 거두긴 했지만, 이후 성적이 주춤했다. 특히 6월 메이저 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컷 탈락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4개 대회 중 3번이나 본선에 못 올라가는窘境에 빠졌다. 이달 초 열린 롯데 오픈에서도 일찍이 탈락하면서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는 출전하지 않고 3주간 충분한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대회에 잠깐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휴식 기간 동안에는 체력 훈련과 부족했던 연습량 보충에 온 힘을 쏟았다. 그렇게 쌓인 노력의 결과가 곧바로 나타났다.
31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오로라 골프 앤 리조트(파72)에서 펼쳐진 KLPGA 투어 오로라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2라운드에서 이예원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는 깔끔한 플레이로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중간 합계 9언더파 135타를 기록한 이예원은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민주(10언더파 134타)를 1타 차로 바짝 추격하며 단독 2위로 점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예원은 “이번 휴식 기간 동안 그동안 부족했던 연습량을 채우는 일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체력 훈련을 함께 병행하면서 공도 정말 많이 쳤고, 지난주부터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그 좋은 흐름이 이번 대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즌 중에는 스윙 밸런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상체 운동을 높은 강도로 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쉬는 동안에는 상체와 하체 운동을 균형 있게 하면서 전반적인 근력을 끌어올리는 데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예원은 그동안 하반기로 갈수록 우승 횟수가 줄어드는 원인을 분명히 짚어왔다. “지난 시즌에는 하반기로 갈수록 체중이 점점 빠지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크게 느꼈다. 그래서 올해는 하반기 동안 체중이 줄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흑염소 한약을 꾸준히 챙겨 먹고 있고, 탄수화물도 충분히 섭취하면서 식단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일상도 살짝 공개했다.
이 대회의 코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예원은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코스로 보여진다. 러프가 길고 페어웨이가 비교적 좁게 설계되어 있어서 평소 내가 자신이 있던 일대로 차근차근 풀어나가기에 아주 적합한 무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코스에서 가장 핵심은 페어웨이 안착이다. 페어웨이를 한 번이라도 놓치면 코스 매니지먼트가 정말 어려워진다. 그린도 크기 때문에 무작정 그린 적중만 노리기보다는 퍼트하기 편한 지점으로 공략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정밀한 분석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장이 짧은 파5홀에서는 확실하게 타수를 줄이고, 까다로운 홀에서는 안정적으로 파를 지키면서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드러냈다.
최종 우승 스코어는 16언더파 정도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예원은 “주말 라운드는 코스 세팅과 함께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타수를 줄이기가 평일보다 더 어려워진다.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내 페이스를 끝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반기 자신의 전반적인 경기력에 스스로 60점을 부여한 이예원은 “남은 하반기 동안 부족한 점수를 꾸준히 채워서 결국 시즌 3승짜리 기록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게 올해 마지막까지 가장 큰 목표다”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오늘의 단독 선두는 김민주가 그대로 지켰다. 김민주는 전반 15번홀(파4)부터 18번홀(파4)까지 무려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는 놀라운 기세를 보이며, 첫 11개 홀에서 버디만 6개를 몰아쳤다. 그러나 마지막 9번홀(파4)에서 티샷이 안타깝게 아웃 오브 바운즈(OB) 지역으로 향하면서 더블보기를 적어내 작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합계 10언더파 134타로 1타 차 단독 선두 자리를 흔들림 없이 지켰다. 김민주는 “티샷할 때 임팩트 타이밍이 살짝 어긋나면서 공이 닫혀서 맞았다. 오른쪽 공간이 넓었기 때문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실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미 지나간 일이다 보니 액땜했다고 스스로 위안 삼으려 한다. positive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4월 iM금융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김민주는 1년 3개월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에 본격 도전한다. 김민주는 “오늘 실수는 마음속에서 완전히 털어내고 남은 3, 4라운드에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퍼트 거리감이 조금 아쉬웠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다듬을 생각이다. 차분하게 스윙 템포와 밸런스도 한 번 더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강한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김새로미는 버디 4개를 잡은 뒤 후반 6번홀(파3)부터 8번홀(파3)까지 3개 홀 연속 보기를 범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선두와 2타 차인 단독 3위까지 올라오며 생애 첫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은수와 이지현은 중간 합계 7언더파 137타를 함께 기록하며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금랭킹 2위 서교림과 KLPGA 통산 20승의 살아있는 전설 박민지는 나란히 6언더파 138타를 기록하며 공동 6위에 자리했다.
이처럼 KLPGA 투어의 오랜 간판 이예원이 흑염소 한약과 체계적인 체력 관리로 다시 한 번 정상 경쟁에 나서면서, 남은 3, 4라운드에서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골프팬들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