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스킨케어와 색조 메이크업에 머물러 있던 성장이 이제는 헤어케어와 가정용 미용기기, 그리고 더마코스메틱이라는 세 가지 새로운 축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부 히트 상품에 의존하던 수출 구조가 다변화되면서 K뷰티 전체의 저변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어케어, 사상 최초 1조 원 돌파 임박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두발용 제품과 샴푸, 린스를 모두 합친 헤어케어 수출액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3년 5억 2128만 달러였던 수출액은 이듬해 6억 8162만 달러로 약 31% 성장했고,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져 상반기에만 4억 121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미 작년 한 해 수출액의 60%를 넘긴 수치로, 하반기 흐름이 유지될 경우 연간 사상 처음으로 1조 원 돌파가 무난해 보인다. 화장품 유형별 생산 실적에서도 두발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8.7%에서 작년 9.3%로 소폭 확대되며 관련 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해줬다.
해외 주요 유통채널에서도 K헤어케어 브랜드의 존재감이 한층 강해졌다. 세계적인 뷰티 편집숍 세포라는 올해 들어 어노브를 헤어케어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입점시킨 데 이어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까지 잇따라 선을 보였다. 한때 스킨케어가 이끌었던 해외 성공 노하우가 헤어케어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 뷰티 기업들도 이 흐름에 발맞춰 헤어케어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적극 키우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사 헤어케어 브랜드 ‘저스트 에즈 아이엠’을 앞세워 중국과 북미, 일본, 동남아 등 글로벌 곳곳으로 판로를 넓혀왔으며 올해 상반기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5월까지 중국 내 온라인 매출만 179%나 늘어날 정도로 현지 반응이 뜨겁다. 에이피알 역시 로즈마리와 PDRN을 결합한 차별화된 헤어케어 라인을 출시하고 미국 아마존 입점을 추진하는 등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홈뷰티 디바이스, 수출 절반 돌파
가정용 미용기기 부문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액은 2023년 1억 1520만 달러에서 작년 1억 6567만 달러로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억 713만 달러를 찍으며 작년 연간 실적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이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곳은 에이피알이다. 2021년 처음 출시한 자사 홈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은 올해 1월 기준 누적 판매량 600만 개를 돌파했고 이 가운데 해외 판매 비중이 60%를 상회한다. 지난 3일 기준 미국 아마존의 주름과 항노화 디바이스 카테고리에서 에이지알 제품 세 가지가 동시에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도 이룩했다.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다른 모든 제품이 해외 브랜드라는 점에서 K뷰티 디바이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에이피알의 디바이스 사업부문 매출 역시 공격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1203억 원이었던 매출은 작년 4070억 원으로 3년 만에 세 배 이상 뛰었고 올 1분기에도 132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이 외에도 달바글로벌은 2024년 내놓은 뷰티 디바이스 ‘시그니처 올쎄라 더블 샷’의 리뉴얼 버전을 준비 중이며 앳홈의 ‘톰’ 브랜드는 최근 홍콩 시장 첫 정식 판매에서 준비물량을 완판하며 중화권 확장 가능성을 점검했다.
더마코스메틱, 전문가용 영역으로 확대
피부 건강과 회복에 초점을 맞춘 더마코스메틱은 기능성과 과학적 근거를 앞세워 K뷰티의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작년 4월 자사 첫 더마 브랜드 ‘닥터나인틴’을 공개했다. 19명 규모 피부과학 자문단이 브랜드 구상과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적극 참여해 의료적 신뢰도를 높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출시 1년 여 만에 미국과 동남아, 유럽 등 120여 개국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회사 측은 “피부과학에 근거한 성분과 효능 중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K뷰티의 다음 도약 동력으로 더마 시장을 꼽게 됐다”고 설명했다.
CJ올리브영도 올 3월 국내 제약사들과 손잡고 고기능 스킨케어 전용 라인 ‘어드밴스드 더마’를 론칭한 지 4개월 만에 전국 650곳 매장으로 빠르게 확대했다. 6월 매출은 출시 직후인 4월 대비 260% 급증했고 전체 매출의 약 70%가 외국인 고객으로부터 발생해 글로벌 K뷰티 팬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시켜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서도 이런 흐름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기능성 화장품 생산 실적은 2023년 5조 4391억 원에서 작년 7조 1816억 원으로 약 32% 증가했다.
업계 “K뷰티, 종합 뷰티 시대로”
업계에서는 K뷰티가 그동안 마스크팩과 세럼 같은 일부 인기 품목에 편중되어 온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영역으로 수출 기반을 늘려가고 있으며 이같은 다변화가 결국 전반의 튼실한 체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초 화장품 위주로 성장해 온 K뷰티가 이제는 헤어와 바디케어, 미용기기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성장 동력이 여러 카테고리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성장을 떠받칠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