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한때 빛나던 것들이 힘을 잃고 바닥 가까이 내려앉는 모습을, 글쓴이는 오래도록 눈에 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녹이 슨 간판, 페인트가 벗겨진 벽, 버려진 의자, 낡은 타이어, 금이 간 창문, 부서진 바닥 같은 장면을 천천히 사진에 담았다.
사진 속에는 오래된 동네의 집과 가게, 골목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그 사이에는 꽃, 새, 고양이처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도 보인다. 낡고 오래된 풍경이지만, 그 안에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온기와 숨결이 남아 있다.
이번에 나온 책 거울 속에 사는 사람에는 작가가 고른 사진 80장과 짧은 글 80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은 그의 두 번째 사진 산문집이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누나에게 받은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걷기 시작했고, 산책을 할 때마다 마치 누나와 함께 걷는 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렇게 걸으며 그는 자신이 사는 곳의 모습을 하나씩 사진으로 남겨 왔다.
이 책에 담긴 사진과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작가에게는 풍경 하나, 사물 하나가 모두 누나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된다. 그리움은 크지만, 한편으로는 누나가 곁에 있는 것 같은 든든함도 있어 산책길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래서 이 책 전체는 먼저 떠난 누나에게 바치는 조용한 인사이자 헌사처럼 읽힌다.
글 곳곳에는 떠나간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잔잔하게 배어 있다. 따뜻했던 목소리, 돌아오지 않는 사람, 문 앞에 오래 머무는 마음 같은 표현들은 빈자리를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깊게 전한다. 작가는 비석에 새겨진 이름만 슬픈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오래된 사물들에도 쓸쓸함이 스며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은 낡은 동네를 보여 주는 사진집이면서, 작고 약하고 사라져 가는 것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작가와 함께 골목을 천천히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오래된 풍경 속 사물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특별한 순간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