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된 SLS조선 붕괴 1조 2천억 원 규모의 국부 해외 유출





에스엘에스조선은 한때 실적이 좋고 일감도 충분했던 중견 조선사였다. 이천팔 년에는 약 구백팔십팔억 원의 흑자를 냈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이어질 일감도 확보한 상태였다. 세계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들었고, 수출 성과를 인정받아 큰 상도 받았다. 해외 증시 상장 제안까지 나오면서 기업 가치가 약 일조 원으로 평가될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 회사는 갑자기 무너졌다. 최근 나온 한 기록물은 그 배경이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책을 쓴 이국철 회장은 회사가 스스로 쓰러진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과 금융권의 움직임 속에서 의도적으로 파산 쪽으로 몰렸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두고 청와대, 검찰, 금융권이 얽힌 구조가 한 기업을 무너뜨린 사례라고 설명한다.

문제의 시작점으로 지목된 시기는 이천구 년 여름이다. 당시 정부가 지역 비리 척결을 강조한 뒤, 검찰과 해양경찰이 에스엘에스그룹을 상대로 오랜 기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여러 검찰청까지 나서면서 수사 범위가 계속 넓어졌고, 회사는 큰 압박을 받게 됐다고 한다.

이국철 회장은 자신에 대한 횡령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던 시점에, 산업은행이 이미 준비해 둔 파산 수순이 실행됐다고 말한다. 그는 대주주 동의나 주주총회 승인 없이 신용등급이 전산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회사가 강제로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회사 정상화보다는 구조적인 퇴출에 더 가까운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가장 크게 제기되는 쟁점은 국민 재산 유출 문제다. 당시 산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선주들이 여전히 건조를 원한 배까지 포함해 사십칠 척의 선박 계약을 취소했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선수금과 이자 등을 합쳐 일조 이천억 원이 넘는 돈이 해외 선주들에게 현금으로 돌아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회장은 선박 가격이 높을 때 맺은 계약을 없애고, 가격이 크게 떨어진 뒤 새로 수주를 받겠다는 판단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런 결정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파산을 정당화할 이유를 쌓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실제로 관련 회계 책임자도 법정에서 당시 판단이 회사 파산으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점 때문에 사건은 단순한 기업 부실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할 사안으로 남아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국철 회장이 택한 방식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는 검찰이 법원에 관련 서류를 내도록 만들기 위해 스스로 더 큰 싸움을 감수했고, 결국 구속까지 각오했다고 말한다. 이후 수감 생활 중에도 수많은 민사·형사 자료와 법정 증언을 하나씩 대조하며 사건의 흐름을 정리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기록은 방대한 분량의 자료로 남았다.

그 뒤 대법원은 무역보험공사 등의 주주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회장의 대주주 지위를 다시 인정했다. 이는 당시 진행된 워크아웃 절차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간접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이 사건은 한 기업의 몰락만이 아니라, 그 과정이 정당했는지 묻는 문제로 이어지게 됐다.

회사 파산의 여파는 현장에도 크게 남았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일터를 잃었고, 국내 조선업의 중간층도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정치적 목적이나 힘 있는 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기업이 희생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랜 침묵 끝에 나온 이 기록은 특정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주장이라기보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시 따져 보자는 문제 제기로 읽힌다.

묻혀 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면서, 당시 권력기관과 금융기관이 이 사건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핵심은 분명하다. 잘 나가던 기업이 왜 갑자기 무너졌는지, 그 과정이 법과 상식에 맞았는지, 그리고 그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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