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새로운 임무가 생길 때마다 병과와 특기를 따로 늘리는 방식이 많았다. 그 결과 전문성은 쌓일 수 있었지만, 서로 다른 분야 사이에 벽이 높아지고 협업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인력을 다른 자리로 돌려 쓰기도 쉽지 않아 변화가 빠른 안보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방부는 앞으로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 같은 새로운 전장과 인공지능, 무인체계 등 첨단 기술이 군 운영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추려면 한 분야만 아는 인력보다, 여러 기능을 함께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인재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의 일부 기술·행정 분야 병과를 큰 틀로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업무를 하나의 큰 분류로 묶으면, 필요한 곳에 사람을 더 탄력적으로 배치할 수 있고 부대 운영과 작전 수행도 더 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인사 운용의 한계다. 규모가 작은 병과는 능력이 있어도 상위 직위로 올라갈 기회가 좁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병과 체계가 자리 잡으면 비슷한 직무를 하나로 묶어 경력 경로를 넓히고, 더 높은 계급까지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기가 쉬워질 수 있다.
관련 연구에서는 현재의 세분화된 병과 체계가 전문성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병과 사이 장벽과 내부 이해관계를 키워 통합 업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병력 감소, 민간 인력 활용 확대, 신기술 확산 같은 변화가 커지는 만큼, 이제는 기본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단순히 몇 개 병과를 합치는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제도는 각 군의 재량이 큰 편이라 운영 방식에 차이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과 분류, 인사관리, 권한 구조까지 함께 손보는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부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고, 각 군의 병과 통합과 운영 기준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핵심은 미래 전장에 맞는 전문성을 키우면서도, 군 전체가 더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