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폭등, 실적은 반토막…삼성 DX의 아이러니한 위기





삼성전자, 100조 신기록의 그림자…DS·DX 갈등의 현실

■반도체는 폭등, 완제품은 위축

삼성전자가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엔비디아와 애플마저 뛰어넘는 초유의 실적입니다. 하지만 현장은 어둡습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반도체(DS) 부문과 스마트폰·가전(DX) 부문 사이의 실적 차이가 끔찍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2분기 영업이익만 봐도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약 89조4000억 원에 이릅니다. 반면 DX 부문은 영업이익이 4000억~9000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는 1조 원 가까운 적자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스마트폰 원가 부담으로 직결된 결과입니다.

이 같은 모순은 곧바로 내부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성과를 만들어낸 임직원과 그렇지 못한 임직원 사이의 분위기가 험악해졌습니다. 결국 DX 직원 중심 노동조합은 오는 16일,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최대 3000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했습니다. 실적 격차가 노조 움직임으로 번진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달 공개 예정인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Z8 시리즈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부담으로 돌린 것입니다.

■100조 넘은 영업이익, 성과급도 최대 규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수치는 따로 있습니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각각 129.3%, 1810.3% 폭증입니다. 실적에 대한 직원 보상도 역대 최대 규모로 책정되었습니다. 향후 사업 수익의 10.5%가 성과급 재원으로 충당됩니다. 다만 이번 2분기에는 이 같은 충당금으로 15조~17조 원이 이미 비용 처리된 상태입니다. 그래도 실질 영업이익은 104조~106조 원에 달합니다. 엔비디아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인 535억 달러, 애플의 508억 달러를 모두 뛰어넘은 것입니다.

시장은 이 같은 흐름이 단발성이 아닐 것으로 봅니다. 하반기에는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4의 출하가 본격화되면서 수익성이 한층 개선될 전망입니다. 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이미 146조6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전체로는 350조 원 이상의 이익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AI로 10년 투자 결실, 현대카드 ‘맞춤 마케팅’ 시대

오랜 인내가 결실을 맺은 사례도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 이후 AI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 1조 원 이상을 투입했습니다. 이 가운데 5000억 원은 데이터를 정돈하는 일에 집중 사용되었습니다. 그 결과 자체 AI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는 마케팅 설계 기간을 기존 최대 3일에서 20~40분 수준으로 단축시켰습니다. 같은 일을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거의 한 달에서 한 시간으로 준 것입니다. 광고 반응률도 기존 대비 최대 6배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현대카드는 고객의 카드 결제 내역과 위치·시간 정보를 성향과 행동 특성으로 분류하는 ‘PDI 태그’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고객을 데이터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회원 수는 2022년 1104만 명에서 지난해 1267만 명으로 늘어났고,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도 16%에서 17.5%로 확대되었습니다. 묵묵히 쌓은 데이터가 AI와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입니다.

■2분기도 1조대 영업이익, LG전자 ‘전장·HVAC’ 먹었다

LG전자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8297억 원, 영업이익 1조5788억 원이라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직전 분기에 이어 역대 2분기 최대치를 다시 썼습니다. 이익 1조 원 이상을 두 분기 연속 기록한 것입니다. 차 안에서 누리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기기 판매가 늘었고, 냉난방공조 사업 부문도 에어컨과 히트펌프 수요 덕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가전 구독 서비스와 TV 운영체제 웹OS를 통한 플랫폼 수익도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거기에다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에 부과됐던 관세 가운데 약 3000억 원이 환급금으로 일회성 반영되면서 실적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과 로보틱스를 LG전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분기 매출 7조 첫 돌파, LG엔솔 2년 반 만의 흑자

LG에너지솔루션도 반등의 신호탄을 쏴 올렸습니다. 중저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 물량 확대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5602억 원을 기록하면서 2023년 4분기 이후 2년 반 만에 분기 매출 7조 원을 넘겼습니다. 영업이익은 11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줄었지만,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첨단 생산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1277억 원 적자로, 제너럴모터스와의 합작사 가동 지연이 수익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반기에는 에너지저장장치 매출이 상반기보다 46%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플랜트에서 AIDC로, 건설 수주 지형의 대이동

K-건설·플랜트 업계 해외 수주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1~5월 동안 아시아 지역 해외 수주는 18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습니다. 반면 중동 지역 수주는 90%가량 급감했습니다. 에너지 플랜트 시장이 꺾이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물산이 말레이시아에서 2억1700만 달러(약 3315억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베트남에서도 1억5100만 달러(약 2291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신축 공사를 따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태국에서 3억1700만 달러(약 4842억 원) 규모 에탄 터미널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인천공항공사는 우즈베키스탄 공항 현대화·운영 사업을 1억3400만 달러 규모의 민관협력 방식으로 수주하며 중앙아시아 시장까지 발을 넓혔습니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 조짐이 아니라 자료구조적 대전환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다시 한번, 현장의 언어로 정리합니다

이번 주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AI 수요 폭증이 메모리 시대를 열었고, 그 결과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사의 유례를 찾기 힘든 100조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회사 안에서도 절반의 임직원은 비용 폭탄을 떠안고 있습니다. 경영 성과와 직원 사기 사이의 균형, 단가 인상과 수요 위축 사이의 줄다리기, 그리고 전통 플랜트와 AI 인프라 사이의 지각 변동까지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꾸준히 투자해온 현대카드와 LG전자처럼 묵묵히 준비해온 기업만이 다음 분기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회사가 커지든 작아지든, 결국 승부는 준비한 자의 몫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