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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하청 노동자의 목소리가 원청을 깨운다

2024년 3월 말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흘렀다.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이 법은 그동안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던 하청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교섭의 길을 열어줬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약 100일 동안의 원청과 하청 간 교섭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숫자 하나하나가 현장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 100일 동안 쏟아진 교섭 신청, 하루 평균 11건꼴

분석 기간 동안 439개 원청 사업장을 향해 1161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11건의 교섭 요청이 원청 측에 전달됐다는 뜻이다. 권리를 찾겠다는 하청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숫자다. 이 교섭을 신청한 하청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은 모두 합쳐 16만4000명에 달한다.

■ 3월 말 폭발, 이후 증가세는 점차 잦아들어

교섭 요구가 가장 집중된 시기는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인 3월 말까지였다. 이때만 해도 원청 사업장 363곳에 교섭 요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4월에는 42곳, 5월에는 23곳으로 추가 교섭 신청이 발생하면서 증가세가 뚜렷하게 완만해졌다. 정부 당국은 이를 근거로 교섭 쓰나미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민간 비중이 공공보다 살짝 높아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을 부문별로 나누면 민간이 249곳으로 전체의 56.7%를 차지했고 공공이 190곳으로 43.3%를 기록했다. 상급단체별로 분류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조가 47.0%로 가장 많았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이 43.6%, 어느 상급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미가맹 노조가 9.4%를 차지했다. 원청 사업장 한 곳당 평균 교섭 요구 건수는 2.6건으로 집계됐다.

■ 정부와 현장, 평가는 정반대로 갈려

정부는 평균 2.6건이라는 수치를 들어 교섭 쓰나미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가장 많은 교섭 요구를 받은 롯데건설의 경우 무려 10곳의 하청노조가 동시에 교섭을 신청했다. 쌍용건설과 DL이앤씨에도 각각 8곳의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청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이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곳에서는 교섭 쓰나미라 불러도 손색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사례도 눈길을 끈다. 이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냈던 사용자성 시정 신청 90건을 일단 모두 취하한 뒤 향후 순차적으로 교섭 신청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평균 수치만으로 현장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사용자성 91.1% 인정, 사실상 하청노조의 완승

하청 근로자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이른바 사용자성 판단을 노동위에 요청한 건수는 총 141건이었다. 그 가운데 113개 원청에 대한 결정이 이미 진행됐고 이 중 103곳에서 91.1%에 이르는 비중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기각된 10건 가운데 8곳은 전북 익산시, 울산시 등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였으며 민간 영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곳은 GS파워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업계 전문가는 이 결과를 사실상 하청노조의 완승으로 해석했다.

■ 교섭단위 분리 인정은 절반에도 못 미쳐

하청노조끼리 교섭 주체를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도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노동위가 분리 여부를 심사한 29개 원청 가운데 12개에서만 분리를 인정해 41.4%에 그쳤다. 분리가 인정된 사업장의 평균 교섭단위는 2.2개였으며 최대 3개였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이 교섭단위가 지나치게 세분화되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기업 노무 담당 임원은 원청노조와의 교섭까지 더하면 한 사업장에서 동시에 최대 4개의 교섭 테이블이 꾸려질 수 있다고 말하며 향후 교섭 의제 결정을 둘러싼 부담을 내비쳤다.

■ 100일의 무게, 다음 100일의 시험대

노란봉투법 시행 첫 100일은 하청 근로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창을 마침내 열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정부 통계로 확인된 1161건의 교섭 신청과 91.1%에 달하는 사용자성 인정률은 현장의 변화를 숫자 이상으로 환기시킨다. 다만 쏟아진 교섭 요구의 결실을 어떻게 맺게 할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원청과 하청이 마주 앉는 테이블에서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다음 100일, 그때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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