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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미 작가, 붉은 기억의 언어로 전쟁과 여성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낸 전시 개최

Justin Parker 읽는 시간 약 3분

고영미 작가, 붉은 기억의 언어로 전쟁과 여성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낸 전시 개최

고영미 작가, 붉은 기억의 언어로 전쟁과 여성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낸 전시 개최





고영미 작가의 개인전 ‘빨강의 기억’이 2025년 4월 30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한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빨강이라는 색을 중심에 두고, 전쟁의 상처와 여성의 삶을 함께 돌아보게 만드는 작업들로 채워진다.

작가는 오랫동안 이어진 전쟁의 장면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고, 그 감정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피난을 떠나는 사람들, 거리 위에 남겨진 죽음의 흔적, 그리고 여성 희생자들이 겪은 고통은 인간다움이 무너지는 현실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런 불안과 긴장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감정이 스며든 화면으로 다시 풀어낸다.

특히 작가에게 빨강은 하나의 뜻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전쟁이 남긴 피와 죽음의 이미지이면서도, 동시에 월경과 출산처럼 여성의 몸이 지닌 생명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다. 그래서 빨강은 아픔을 말하는 색이면서, 새로운 삶을 품는 색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두 가지 의미를 함께 놓고 오늘의 갈등과 상처,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생각들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업에는 개인의 삶도 깊이 스며 있다. 지난 8년 동안 여러 차례의 유산과 수술, 두 번의 출산을 겪으며 그는 여성성, 모성, 자아가 흔들리는 경계를 몸으로 지나왔다. 이런 경험은 작품 안에서 ‘피의 잔’, ‘성모의 심장’ 같은 상징으로 바뀌어 나타나며, 고통의 기억을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세운다.

또한 작가는 화면의 형식에도 질문을 담는다. 만딜리온, 텔레비전 화면, 커튼, 삼면화와 같은 구성을 활용해 관람객에게 무엇을 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묻는다. 이는 전시를 단순히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보는 방식 자체를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으로 이끈다.

전시장에 펼쳐지는 빨강은 한 가지 색으로 머물지 않는다. 연한 분홍에서 짙은 붉은빛, 검붉은 색까지 넓게 이어지며 감정의 결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 변화는 슬픔, 두려움, 분노, 회복 같은 여러 감정을 한 화면 안에 겹쳐 놓으며, 색이 곧 서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빨강의 기억’은 상실만을 붙잡는 전시가 아니다. 고통을 지나온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고, 다시 의미를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전쟁과 사회의 갈등, 여성의 몸과 삶, 그리고 예술의 역할이 한데 겹쳐지며, 이 전시는 우리에게 아픔 이후의 삶까지 함께 바라보자고 조용히 말을 건넨다.

Justin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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