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함성 vs 차가운 침묵 지역 라이벌 축구 대결의 극과 극 분위기 한쪽은 열광, 한쪽은 쌀쌀한 반응 속 펼쳐진 경기장 풍경





세계가 주목하는 축구 최대 축제를 앞두고, 특별한 경기가 경기도의 한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지난달 20일,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5700여 명의 관중이 운동장을 찾았다. 이날의 주인공은 남측과 북측의 여자 축구 클럽이었다.

▶ 역사적 대결, 어떻게 성사됐나

이번 맞대결은 아시아 여자 축구 최고 권위 대회의 준결승 무대였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이 대회는 아시아축구연맹이 주관하며, 4강부터는 한 곳에서 집중 개최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대회는 중국에서 열렸고, 개최지 연고 팀이 최종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국내 축구협회는 올해 초 대회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고, 봄철 남측 팀이 4강에 오르면서 국내 개최가 확정됐다. 홈 이점을 활용해 우승까지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팀의 주장은 “국내에서 중요한 경기를 치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측 팀의 4강 진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에서 열린 조별 예선에서 4개 팀 중 3위로 간신히 토너먼트에 올랐다. 당시 북측 팀과의 첫 대결에서는 0대3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남측 팀은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국내 여자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베테랑이 3년 만에 복귀했고, 여러 국가대표 선수들이 추가로 합류했다. 일본에서 활약하던 공격수도 영입하며 우승 도전에 힘을 실었다.

▶ 예측 불가능했던 북측 팀의 방문

북측 축구 클럽의 남측 방문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과거 북측은 체육 분야에서 남북 대결 결과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몇 년 전 남자 대표팀 간 경기가 북측에서 무관중으로 치러진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됐다.

북측 팀의 남측 방문이 확정되자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부 대북 관련 단체들이 북측 팀 환영 성명을 내고 응원단 모집에 나선 것이다. 정부 부처까지 나서 민간 단체들의 응원 활동에 3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는 곧바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남측 팀 응원단에 대한 지원은 없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홈 이점을 얻으려고 대회를 유치했는데 오히려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공동 응원단’이라는 명칭을 내세웠다. 특정 팀이 아닌 양쪽 모두를 응원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축구계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여자 축구는 남자에 비해 관심이 적은 편인데,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 홈 팀이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 차갑게 식은 환영의 온도

북측 선수단이 입국했을 때 환영 인파가 있었지만, 선수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경기 전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응원단에 관한 질문에 북측 감독은 “경기하러 왔다. 응원은 선수와 감독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경기 당일 아침, 경기장 주변에는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선수단 버스 외에도 각종 단체명이 적힌 버스에서 흰 우비를 똑같이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내렸다. 평안남도 주민 모임, 남북 협력 단체, 평화통일 협의회 등 다양한 조직의 이름이 보였다.

일반적으로 홈 팀 응원석이 자리하는 골대 뒤가 아닌, 경기장 측면 관중석에 ‘공동 응원단’이 대규모로 자리를 잡았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까지 등장했고, 막대풍선과 응원 머플러로 무장한 인원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경기 중 응원은 표면적으로는 양측을 모두 향했다. 응원단장이 남측과 북측 팀 이름을 번갈아 외쳤고, “우리 선수 힘내라”, “잘한다” 같은 중립적 구호도 이어졌다. 하지만 반응의 온도는 달랐다. 북측 팀 이름을 외칠 때 함성이 훨씬 컸고, 북측의 결정적 장면에서 환호성이 더 크게 터져나왔다.

반면 남측 응원석에서는 평소 리그 경기처럼 자기 팀을 향한 열정적인 응원이 계속됐다.

▶ 아쉬움 속에 끝난 경기

경기 내용은 남측이 우세했다. 볼 점유율은 57% 대 43%, 슈팅 횟수는 17개 대 7개로 경기를 주도했다.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역전을 허용하며 1대2로 패배했다. 경기 막판 페널티킥 기회까지 얻었으나 실축하며 추격 찬스를 날렸다.

결승 진출에 실패한 남측 선수들은 경기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이 쓰러진 선수를 일으켜 세우고, 골대 뒤 팬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북측 선수들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승리가 확정된 뒤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눴고, 선수단 전체가 깃발을 펼쳐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하지만 응원단을 향한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 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응원은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 주민들이 축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짧은 소감만 남겼다.

경기 후 개별 인터뷰 구역에서 북측 선수단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반응하지 않고 지나갔다. 뜨거운 환영과 응원에 돌아온 것은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공동 응원단 일부 스태프들은 한동안 경기장에 남아 응원 도구와 버려진 쓰레기를 묵묵히 치웠다. 역사적 대결의 현장은 그렇게 복잡한 감정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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