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맞이했다. 12개 팀이 시즌 전반부 15경기를 모두 소화한 뒤 약 50일간의 긴 휴식기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중단 기간은 경기 일정과 맞물려 있어 각 팀들은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됐다.
상승 흐름을 타고 있던 팀들에게는 아쉬운 순간이지만, 반대로 성적 부진에 시달리던 팀들에게는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다. 각 구단은 이 기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을 뒤엎은 상위권 경쟁 구도
올 시즌 전반기 상위권 경쟁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벗어났다. 현재 1위와 2위에 자리한 두 팀은 지난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던 팀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구단은 급 외국인 선수 영입 2년 차를 맞아 높은 기대를 받았지만 6위에 그쳤고, 감독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울산 팀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3년 연속 우승 이후 찾아온 지난 시즌은 구단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됐다. 감독이 연이어 바뀌는 혼란 속에서 시즌 막바지까지 하위권을 맴돌았으며, 팀 내부 갈등설까지 불거지며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았다.
하지만 올해 두 팀 모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은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적극적인 영입이 주효했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공격수와 스페인 출신 선수가 빠르게 팀에 적응하며 전력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국가대표급 골키퍼의 합류로 수비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과거 감독과 한 팀에서 뛰었던 미드필더의 활약도 돋보인다.
울산의 반등 비결은 다른 곳에 있다. 대규모 전력 보강 없이 새로운 감독의 부임만으로 팀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년 이상 울산에서 선수와 코치로 활약하며 ‘미스터 울산’으로 불리는 인물이 사령탑을 맡았고, 과거 팀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코칭스태프들이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뀌었다. 선수단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휘부의 변화만으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는 분석이다.
강등 제도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
올 시즌부터 리그 운영 방식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향후 참가 팀 확대를 위한 준비 단계로 강등되는 팀의 수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이전에는 12개 팀 중 최대 3개 팀이 강등 위기에 놓였다면, 이번 시즌부터는 최하위 팀만 강등 대상이 된다. 그마저도 바로 강등되는 것이 아니라 하위 리그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경기를 치르게 된다.
과거에는 참가 팀 수에 비해 강등 위험 구간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2개 팀 중 3개 팀이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최하위는 즉시 강등, 10위와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이로 인해 중위권 팀들조차 8위나 9위만 되어도 강등권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각 팀이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구현하기보다 안전 제일주의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강등 부담이 너무 크다 보니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축구보다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보수적인 경기 운영에 치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방송 해설가는 이번 시즌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확실히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중하위권 팀들도 각자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하위 리그에서 승격한 팀들도 자신들만의 전술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한 팀은 날카로운 역습 축구를, 다른 팀은 체계적인 공격 전개 구조를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제주 팀도 내용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비록 순위는 낮지만 김천 역시 경기 내용이 괜찮다. 이미 강등이 확정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리그 전체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징계 속 고군분투하는 광주 팀의 미래
스포츠에서 예측은 종종 빗나가지만, 광주 팀의 어려움만큼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부분이다. 실제로 광주는 15경기에서 1승 4무 10패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광주의 고난은 과거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 착오에서 비롯됐다. 선수 이적 시 지급해야 할 육성 보상금을 납부하지 않아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받은 것이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지만 등록이 불가능해 실전에 투입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오랜 기간 팀을 이끌며 성공 시대를 열었던 감독이 팀을 떠났고, 그와 함께 다수의 코칭스태프도 이탈했다. 주전급 선수들도 대거 팀을 옮겼다. 결국 외국인 선수는 단 1명뿐이었고, 20세 안팎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팀이 됐다.
어린 선수들은 투지와 열정을 보여줬지만 경험 부족으로 승점 획득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름 이적시장부터는 징계가 해제돼 겨울에 영입했던 선수들을 정식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훈련만 함께했던 신규 영입 선수들을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단도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설령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더라도 즉시 강등되는 것이 아니다. 후반기에 전력을 잘 보강해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잔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반기 15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각 팀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긴 휴식기 이후 펼쳐질 후반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강등 부담이 줄어들면서 팀들이 보다 과감하고 창의적인 축구를 펼치게 된 만큼, 팬들은 더욱 흥미진진한 경기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