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들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수도권 주요 지역의 행정 체계가 재편되면서, 침체되었던 주거 환경 개선 사업들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수도권 25개 기초단체 중 17곳은 진보 성향, 8곳은 보수 성향 단체장이 선출되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용산·양천 등 주요 재개발 밀집 구역에서 보수 성향 단체장이 당선되면서, 광역자치단체와의 정책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거지 정비 사업은 광역 단위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통합 기획, 그리고 기초단체의 구역 지정·조합 승인·사업계획 인가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광역과 기초 간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 사업 일정이 지연되거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재개발 지역에서 정책 방향이 일치하는 단체장들이 선출되면서 광역과 기초 간 협력 체계가 강화될 것”이라며 “통합 기획, 계획 수립, 각종 심의 과정에서 행정적 마찰이 줄어들어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 광역단체장은 재임 기간 동안 신속 통합 기획과 소규모 마을 정비 사업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단지들이 신속 체계 안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며, 노후 저층 주거지 정비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선거 기간 중에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공급이라는 목표가 제시되었다. 주요 사업지를 핵심 전략 구역으로 지정해 3년 내 8만5천 가구를 착공하고, 사업 기간을 현재 12년 6개월에서 10년 안팎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이주 비용 문제 역시 지역 주택 진흥 기금을 활용해 지원하겠다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정비 업계에서는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된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강북 지역의 한 조합 관계자는 “새로운 단체장이 선출되면 기존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현 체제가 이어지면서 기존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행정 절차가 빨라진다고 해서 경제성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역자치단체는 용적률 상향과 인허가 간소화로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초과 이익 환수제와 공공 기여 확대 등 중앙 정부의 공공성 강화 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률 전문가는 “현재 정비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그리고 각종 공공성 강화 정책으로 인한 경제성 저하 문제”라며 “광역자치단체가 일부 지원책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중앙 정부 규제로 발생하는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광역단체장은 현 중앙 정부 출범 이후 정비 사업 규제와 주택 공급 방식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보여왔다. 특히 대출 규제로 인한 이주비 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개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 사업장 43곳 가운데 39곳, 약 3만1천 가구가 이주비 대출 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초과 이익 환수제 완화와 금융 규제 개선 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지만, 공공성 강화를 중시하는 중앙 정부 기조와는 여전히 온도 차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도권 정비 사업의 성패가 행정 절차 단축보다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간 정책 조율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금융 연구위원은 “초과 이익 환수와 공공 기여 확대 등의 기조는 정당의 핵심 정책이어서 완화되기 어렵다”며 “주택 공급이 양측 모두 시급한 상황에서 사업 추진을 위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