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4타 차 앞서던 유해란, 5연속 보기 터졌다…메이저 3연승 사나이 ‘흔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6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한국 선수 두 사람의 격차가 극적으로 뒤집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선두 4타 차 앞서던 유해란의 흔들림

영국 잉글랜드 랭커셔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AIG 여자오픈(총상금 1000만 달러) 3라운드에서 유해란은 버디 3개와 보기 6개를 묶어 3오버파 74타를 적어냈다.

2위 공동까지 내려앉은 그는 3라운드까지 4언더파 209타를 기록하면서 단독 선두 노예림의 7언더파 206타와 3타 격차를 보였다.

전 날 단독 1위였던 유해란은 이날 초반 흐름이 좋았다.

앞쪽 여섯 홀에서 2타를 거뒀고, 한때 선두와의 격차를 4타까지 벌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7번홀(파5)에서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보기 한 개를 허용한 뒤로 남은 여덟 개 홀에서 무려 다섯 개의 보기를 범하면서 선두 자리를 단번에 내주었다.

마지막 홀에서도 다시 한번 추격 흐름을 만들지 못한 채 최종 라운드는 추격자 위치에서 시작하게 됐다.

벙커 위기를 잘 넘긴 유해란

경기를 마친 뒤 유해란은 “메이저 대회이고 이미 메이저에서 우승해본 경험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는 않았다. 그저 힘든 하루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만족스러운 부분은 더블보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모두 보기 한 번으로 막아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10번홀(파4)이었다.

티샷 이후 공이 깊은 포트 벙커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갔고, 벙커 뒷면 턱 바로 옆까지 붙어 큰 위기로 몰렸다.

하지만 유해란은 먼저 벙커에서 공을 안전한 쪽으로 빼낸 뒤 다음 샷으로 그린 위로 올렸고, 보기 한 타로 마무리하면서 더 큰 타수 손실을 피했다.

역전 우승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2024년 리디아 고(뉴질랜드) 역시 3타 차를 뒤집고 정상에 오른 전적이 있어, 유해란의 최종 라운드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해란은 앞서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을 연속으로 제패한 상태다.

이번 대회까지 정상에 오르면 2013년 박인비 이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3연승을 달성하게 된다.

유해란은 “내일 최종 라운드도 오늘만큼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샷 탄도가 평소보다 살짝 높았는데 내일은 탄도를 낮춰서 벙커를 피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음 전략을 밝혔다.

경쟁자 브룩 헨더슨의 호평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최근 두 메이저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유해란과 같은 조로 경기를 치렀다.

특히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전 끝에 유해란에게 패한 바 있어 그의 현재 상태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셈이다.

헨더슨은 “유해란은 지금 정말 훌륭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메이저 3연승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대단한 일”이라며 “기본적으로 볼 스트라이킹이 강한 선수였는데 이제는 퍼트까지 그 수준에 근접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극찬했다.

이어 “메이저 세 개 대회를 이렇게 연속으로 잘 치르려면 고도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해란은 분명 그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 밖의 선두, 노예림의 부상

반면 단독 선두로 올라선 노예림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깼다.

노예림은 지난주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 참가하기보다는 휴식을 택했고, AIG 여자오픈을 앞둔 세 개 대회에서는 연속으로 컷 탈락을 경험했다.

작년 10월 이후 톱10 기록이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흐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3라운드 초반 앞쪽 일곱 홀에서 보기 세 개를 적어내며 한때 유해란에 7타 차까지 끌려가는 진통을 겪었지만, 9번홀(파3)부터 세 홀을 연속 버디로 장식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특히 10번홀(파4)에서는 약 3미터7센티미터짜리 버디 퍼트를 정확히 꽂았고, 이후 1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점수를 끌어올렸다.

당일 버디 다섯 개와 보기 세 개를 묶고 2언더파 69타를 적어낸 노예림은 합계 7언더파 206타로 3타 차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아마추어 약혼자의 조언이 큰 힘

노예림은 “출발이 조금 흔들렸지만 퍼트는 안정적이었고 샷도 나쁘지 않았다. 후반에는 루틴을 잘 유지하면서 스윙 템포에 집중했다”고 경기를 정리했다.

이어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 나서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 마음을 재정비하고 재충전한 것이 이번 대회 준비에 도움이 됐다. 평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찾아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또 “약혼자가 아마추어 골퍼인데, 그가 골프를 즐기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항상 옆에서 도와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난주에는 미국 시애틀 인근의 사할리 골프장에서 약혼자와 함께 라운드를 직접 다녀왔다고 밝히며 “그때 나무를 피해가는 연습을 했고, 덕분에 이번 주에는 코스의 벙커를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18홀에 남긴 노예림의 과제

생애 첫 메이저 우승까지 남은 홀은 단 18개.

하지만 3타 뒤를 쫓고 있는 유해란 외에도 세계랭킹 2위 지노 티띠꾼(태국), 구와키 시호(일본), 루시 리(미국), 에스터 헨젤라이트(독일) 등 험한 경쟁자들이 줄지어 따라붙어 있다.

노예림은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한 라운드에만 집중하는 것”이라며 “선두라는 사실 자체를 너무 의식하고 싶지 않다. 좋은 템포를 유지하고 코스에서 즐겁게 플레이하겠다.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고, 다시 나설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공동 2위 그룹에는 유해란을 포함해 티띠꾼, 구와키 시호, 루시 리, 에스터 헨젤라이트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잉글랜드의 로티 워드는 합계 3언더파 210타로 단독 7위를 기록했고, 찰리 헐(잉글랜드), 가쓰 미나미(일본), 차네티 완나센(태국), 후루에 아야카(일본)는 2언더파 211타 공동 8위 그룹을 형성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주수빈은 합계 1언더파 212타 공동 12위, 임진희는 이븐파 213타 공동 14위로 선전하며 결선 라운드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는 더블보기 두 개에 발목이 잡히며 2오버파 73타에 그쳤다.

그녀는 합계 1오버파 214타 공동 16위로 밀려나면서 선두 노예림과의 격차가 무려 8타까지 벌어졌고,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정상에 오르겠다는 구도는 사실상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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