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핫이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논란이 한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쏟아진 부작용에 정치권과 금융당국 사이에서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상장폐지 요구까지 거론되면서 “물린 투자자는 어떡하라는 건가”라는 질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 하루 수익률 2배 쫓는 레버리지 ETF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기초자산 주가가 하루 5% 오르면 ETF는 약 10% 상승을, 반대로 5% 내리면 약 10% 하락을 목표로 합니다.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버스 상품도 함께 출시되어 시중에는 정방향과 인버스를 합쳐 총 16개의 상품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정책실장이 해외 고위험 ETF로 향하던 투자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금융당국은 제도 도입에 속도를 냈습니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공식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출시 직후부터 변동성 확대, 특정 종목 쏠림, 괴리율 이상 현상 등 우려가 실제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부작용이 너무 커졌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 8조 쏠림과 요동친 변동성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출시일인 2026.5.27.부터 약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약 8조2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두 종목의 변동성은 출시 이전보다 확대됐습니다.
운용사가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 보유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매매 물량이 특정 종목 수급에 직접 영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겁니다.
향후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매매 영향력도 커져 변동성 확대 우려가 한층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폭등과 폭락이 반복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지난 5월27일부터 7월9일까지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15차례, 서킷브레이커가 4차례 발동됐습니다.
코스피는 6월22일 역대 최고치인 9114.55포인트까지 올라섰지만 7월9일에는 7291.91포인트까지 빠지며 고점 대비 20%가 빠졌습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21.4%, SK하이닉스는 25.1% 하락하며 극심한 등락을 보였습니다.
◆ 85.60%까지 벌어진 괴리율
유동성 공급자(LP)와 괴리율 관리의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6월8일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의 경우, SK하이닉스 주가가 7.68% 하락했는데도 ETF는 오히려 49.70% 급등해 3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구조상 약 15~16% 하락이 정상치였지만,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에 매수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진 데다, 이 구간에서는 LP의 호가 제시가 사실상 제한돼 괴리율이 85.60%까지 벌어졌습니다.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는 원칙적으로 괴리율을 3% 이내로 관리하도록 돼 있지만, 동시호가 구간에선 그 벽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 정치권, 상장폐지 요구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는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며 상장폐지를 포함해 신규 상장 불허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변동성 확대나 괴리율 급등만으로 상장폐지까지 가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장폐지 요건이 ‘운용 성과’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순자산가치 변동률이 목표 가격 변동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상관계수가 일정 수준에 못 미칠 때에만 상장폐지 사유가 됩니다.
또한 한국거래소 규정에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한 포괄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 조항을 근거로 ETF가 퇴출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 물린 투자자 보호는 오히려 모순
전문가들은 상장폐지가 투자자 보호 명분과 어긋날 수 있다고 꼬집습니다.
상장폐지는 보유자격을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돌려주는 절차인데, 이미 가격 하락과 높은 회전율로 수익을 본 투자자는 빠져나간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남아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손실이 집중되는 “역설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외에도 상장폐지 논의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그 불확실성이 변동성을 더 키우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는 “투자자 보호라면 기존 상품을 없애는 것보다 적합하지 않은 신규 진입을 제한하는 게 더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당국, 제도 보완으로 선회
정부는 상장폐지보다 제도 보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레버리지 ETF 문제를 보완하고 최소화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여당 정책위의장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가 특정 종목 쏠림과 개인투자자 위험을 키웠는지 냉정하게 점검하고, 제도 보완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힙니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신규 상장 중단, 기본 예탁금 상향, 투자자 교육 강화, LP 의무 강화, 괴리율 관리 기준 강화, 특정 시간대 거래 제한, 단일가 매매 전환 등이 거론됩니다.
2020년 WTI 원유선물 ETN 사태 때도 상품군 전체 폐지보다 거래정지·단일가 매매 등 “시장 관리 조치”가 먼저 동원됐던 선례가 있습니다.
당시 유가 급락에도 개인투자자 저가 매수가 몰리며 괴리율이 30% 이상을 5거래일 넘긴 종목은 거래 정지 또는 단일가 매매로 전환됐습니다.
◆ 금감원, 관리·감독 강화
금융감독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자금 쏠림 현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금감원장은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주재하며 소비자 피해와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점검했고, 투자 위험성 안내와 시장 영향 모니터링을 지속하기로 했습니다.
필요할 경우 운용사의 과도한 마케팅 여부도 들여다볼 방침입니다.
금감원장은 “특정 종목 수급 쏠림 등 시장 왜곡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감내 가능한 수준 이상의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높은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가 상품 설계·제조·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위험 요인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정책·상품·투자자가 한꺼번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상장폐지라는 급진적 처방이 투자자 보호로 이어질지, 아니면 제도 보완이라는 점진적 접근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지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