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미국 무력 충돌 연일 격화…유가 4% 폭등에 ‘수요 파괴’ 공포 현실화
이란·미국 무력 충돌 연일 격화…유가 4% 폭등에 '수요 파괴' 공포 현실화

이란과 미국의 무력 충돌이 다시 한 번 격화되면서 유가가 하루 만에 4% 이상 치솟았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공급 차질 우려를 한층 키운 결과다.
13일(현지 시각) 글로벌 원유 가격의 기준이라 불리는 북해산 브렌트유 9월 인도분은 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4% 넘게 뛰어 배럴당 79달러 부근에서 거래를 마무리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 역시 같은 폭 상승해 배럴당 74달러 선을 형성했다. 이번 가격대는 전쟁 직전인 지난 2월27일 종가였던 브렌트유 72.48달러, WTI 67.02달러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으로, 양 지표 모두 전쟁 이전 시세를 이미 큰 폭으로 뒤집었다.
시장이 다시 공포에 휩싸인 데에는 호르무즈 해협 운항 불확실성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2일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이란의 방공 체계와 미사일·드론 생산·저장 시설을 포함한 수십 개 목표물을 동시 타격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하루 전 이란 영토 내 140여 개 시설을 공습했다고 발표한 데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작전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보복 차원에서 요르단·쿠웨이트·바레인·오만 등 걸프 전역 4개국에 산재한 미군 기지에 대한 역습을 단행했다고 이란 국영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충돌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이던 키프로스 선적 컨테이너선을 공격한 사건이다. 이란 정부는 해협의 통제권을 자국 영해 안쪽의 북측 항로에 두고 있으며 선박에 대해 해당 항로 이용을 요구해왔으나, 피격된 선박은 이를 거부하고 오만 영해 쪽 남부 항로를 선택해 통과 중이었다. 양측의 항로 해석 충돌이 결국 무력 충돌로 번진 것으로, 지난달 17일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대한 어떤 명문 조항도 빠져 있었던 점이 사전에 예고된 충돌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이번 가격 랠리는 머지않아 ‘수요 파괴’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종전 협상 직후 걸프 원유 수출이 늘며 공급 과잉 시각이 우세했던 데서 한쪽으로 급선회한 형국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항공·운송·제조 등 전반의 비용이 동시에 올라가고, 최종 소비자와 기업의 지출 활동이 위축되면서 석유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해운 데이터 분석업체의 통계도 이 같은 긴장을 수치로 뒷받침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 수는 11일 13척에서 12일 3척으로 하루 만에 4분의 1 토막 수준으로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해협 통과가 가능하다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신뢰가 매우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며 “결국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진단했다.
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가 하반기 글로벌 원유 재고 정상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를 내놓았다. 이미 고갈 상태에 가까운 글로벌 재고를 다시 채우려는 시도가 이번 충돌로 인해 사실상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원유 수급은 전쟁 이전 안정권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지정학 리스크가 가격표를 좌우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충돌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걸프 지역 정유사들은 전쟁 재발발 시 보험료 할증과 선박 우회 운항으로 물류비가 한층 더 부풀어질 것을 우려한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전쟁 보험료율은 직전 양해각서 체결 시점 대비 2~3배까지 뛰었고, 선박 일부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해상 운송 기간이 평균 10일 가까이 늘어나는 등 글로벌 공급망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전쟁 보험 시장 자체가 유효 보험 가입자 수 대비 수요가 공급을 한참 상회하면서 보험사들의 인수 거절 사례도 늘고 있어, 중소 선박 운영사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구조다. 유조선뿐 아니라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까지 전쟁 위험 할증료가 일괄 적용되면서 글로벌 물류 단가 전반이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중동 정세 변동성은 그동안 2019년 사우디 아람코 시설 폭발이나 2020년 수에즈 운하 봉쇄 사태처럼 에너지 시장에 단기 충격을 주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다만 이번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단일 통로를 둘러싼 양측의 영토적 해석 충돌이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 조정보다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게다가 호르무즈 해협을 끼고 있는 이란과 오만 양국 모두 이번 충돌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 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외교적 타결 시점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업계는 점차 긴장감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정유사들로서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변화 노력마저 일시적으로 주춧걸음을 보이고 있다. 미국 셰일 생산량을 메우는 대체 공급 기대감도 이번 사태로 한풀 꺾이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지정학 변수 하나에 휘둘리는 취약한 구조가 여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Justin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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