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복판, 식품업계의 제철 전쟁이 본격화됐다.
편의점 베이커리 코너부터 프랜차이즈 카페 메뉴판, 대형마트 과자 진열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시즌 한정 라인업‘이 쏟아지고 있다.
상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닌 지금 이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그 중심에는 ‘생감자칩’과 ‘초당옥수수’ 두 가지 핵심 소재가 있다.
▎제철 마케팅의 스테디셀러, 생감자칩
스낵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생감자칩’은 제철 마케팅의 대표 사례다. 햇감자는 저장 감자와 비교해 수분 함량이 풍부하고 조직이 단단하기 때문에, 이를 튀겨 만들면 오랜 시간 바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 대표 제과업체들은 매년 여름이 되면 전국 산지의 신선한 햇감자를 대량 수매해 생산한다.
▎오리온, 포카칩·스윙칩으로 ‘제철 성수기’ 돌입
오리온의 ‘포카칩‘과 ‘스윙칩‘이 대표적인 시즌 상품이다. 두 제품 모두 전국 300여 개 농가와 매년 사전 계약 재배 협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올해만 약 1만5000톤 분량의 국내산 햇감을 확보했다.
충북 청주 공장에서는 6월 들어 라인을 풀 가동하며, 매년 6~10월을 1년 중 가장 중요한 ‘제철 성수기‘로 삼고 있다. 일반 저장 감자를 소재로 만든 제품보다 햇감자 비율을 높여 식감과 풍미를 차별화한 점이 꾸준히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디저트 시장의 봄, 초당옥수수
올해 여름 디저트 시장을 뜨겁게 달굴 또 다른 핵심 식재료는 ‘초당옥수수‘다. 일반 당옥수수와는 차원이 다른 16~20 브릭스(Bx)의 당도를 자랑한다. 이는 사과나 멜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다만 전국 대부분 산지에서 5월 말부터 7월 초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만 수확할 수 있어, 식품업계는 매년 6~7월을 겨냥해 한정판 제품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CU 베이크하우스405, 해남 초당옥수수 2톤 확보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BGF리테일의 ‘CU’다. CU 산하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베이크하우스405‘는 최근 누적 판매량 3000만 개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브랜드가 올해 여름 핵심 식재료로 선택한 것은 전남 해남산 초당옥수수다. 약 2톤에 가까운 지역 농가 원물을 직접 매입해 ‘초당옥수수 크림 소보로빵’, ‘모찌 페스트리’ 등 신제품 3종을 동시에 출시했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시장에서 ‘맛’과 ‘지역 상생’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 결과로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백미당·폴 바셋, 디저트·음료로 초당옥수수 확장
빙과와 디저트 업계에서도 초당옥수수 활용 경쟁이 치열하다. 유기농 우유를 기반으로 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은 ‘옥수수 아이스크림’과 ‘옥수수 크런치 아이스크림’ 2종을 시즌 한정으로 공개했다.
유기농 우유 아이스크림 본연의 부드러움에 초당옥수수 본래의 달콤함과 고소한 풍미를 더해, 단순한 풍미 변주를 넘어 신선한 조합을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커피 전문 브랜드 ‘폴 바셋‘도 음료와 디저트 양쪽에서 초당옥수수 라인업을 강화했다. 상하목장 원유를 기반으로 한 ‘초당옥수수 아이스크림 카페라떼‘를 필두로, 카라멜 디저트컵 시리즈 3종을 동시에 출시하며 여름 시즌 경쟁에 본격 가담했다.
음료 안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달콤함과 아이스크림 본연의 식감을 한 잔 안에 담은 것이 주요 강점이다.
▎가치 소비·로코노미, 제철 마케팅의 배경
업계가 이처럼 제철 식재료에 적극 투자하는 배경에는 ‘가치 소비’와 ‘로코노미(지역 경제 활성화 소비)‘라는 뚜렷한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제철’이라는 키워드가 신선 매대의 과일과 채소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과자, 편의점 빵, 카페 음료까지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맛’뿐 아니라 ‘어디서 왔는지’, ‘어떤 원료가 쓰였는지’까지 따져 구매를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제철 원료의 차별화 무기는 ‘신선함’과 ‘희소성’
제철 원료의 또 다른 강점은 맛 자체에서 나온다. 창고에 장기간 보관된 원료로 만든 제품과 비교해 수확 직후 가공한 제품은 풍미와 식감 모두 신선도가 살아 있다.
여기에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희소성 인식이 더해지면 자연스럽게 구매 욕구가 자극되며, 곧바로 SNS 공유와 바이럴 현상으로 이어진다. 시즌 한정 메뉴일수록 소비자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의 분석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시즌 한정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심리적 기대감 덕분에 소비자 관심이 집중되고, 자연스럽게 SNS 공유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단순한 풍미 변화를 넘어 지역 농가와 상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