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빨리 시작할 수 있어도, 끝내기는 훨씬 어렵다. 이번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도 처음에는 짧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초반 공습은 강했고, 이란의 핵심 인물과 군사 시설에도 큰 타격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관심은 “얼마나 강하게 때렸는가”가 아니라 “도대체 어디서 멈출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목표가 흐려졌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군사적 위협을 줄이겠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핵 개발 억제, 정권 교체, 체제 변화 같은 말들이 뒤섞였다. 이렇게 되면 무엇을 이뤄야 전쟁이 끝나는지 기준이 사라진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전쟁은 길어지기 쉽고, 개입 범위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확전의 함정’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처음에는 공습이 잘 맞아떨어지며 전술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성과가 상대의 항복이나 정치적 굴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공격한 쪽은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끝난다”는 판단을 하기 쉽다. 그다음에는 지상군 투입, 점령, 더 넓은 지역으로의 전선 확대 같은 위험한 선택지까지 검토하게 된다. 결국 전쟁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더 불안한 이유는, 이란이 정면승부 대신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워낙 강한 만큼, 이란은 같은 방식으로 맞붙기보다 전쟁의 범위를 넓혀 상대의 부담을 키우는 쪽을 택하고 있다. 주변 걸프 국가를 압박하거나, 세계 석유 운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흔드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지역 충돌을 넘어 에너지 가격, 물류, 세계 경제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전략은 미국의 동맹국들에도 부담을 준다. 유럽에서는 이미 “전쟁을 끝낼 공동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란의 강경 노선을 문제 삼더라도, 국가 전체가 붕괴하거나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까지 바라지는 않는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런 사태는 곧 난민 문제, 에너지 불안, 안보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 정치도 변수다. 많은 미국 국민은 이번 군사 행동을 마냥 지지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왜 싸우는지, 어디까지 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도부의 메시지가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어떤 때는 정권 교체를 말하고, 또 어떤 때는 핵 협상 복귀를 말하며, 때로는 빠른 타협을 원한다고도 한다. 전쟁 기간에 대해서도 짧게 끝낼 수 있다고 했다가 다시 다른 말을 내놓는 식이다. 이렇게 방향이 흔들리면 군사 작전보다 정치적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전쟁은 이겼다고 선언할 기준이 있어야 끝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기준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전쟁을 두고 ‘출구 없는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가능한 출구로는 몇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이란 내부에서 큰 정치 변화가 일어나 현 체제가 무너지는 경우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을 뒷받침할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둘째, 이란의 군사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 뒤 휴전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지금 체제는 남겨두되, 외부 위협을 쉽게 만들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시나리오다.
셋째, 핵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다만 이란이 굴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조건을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리하면, 미국은 군사력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정치적 출구를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이란은 군사적으로 열세여도 전쟁 비용을 키우고 판을 넓히는 방식으로 상대를 흔들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더 복잡해지고, 더 비싸지고,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미국 정부 안에서도 균열 조짐이 보인다. 일부 안보 인사들은 이번 충돌이 미국의 직접적인 이익과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으며, 정보 판단이 정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런 내부 갈등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전쟁 자체에 대한 확신이 정부 안에서도 완전히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핵심은 분명하다. 전술적 성공만으로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목표가 흔들리고, 동맹의 계산이 달라지고, 상대가 전장을 넓히기 시작하면 처음의 승세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공격이 아니라 어디까지 하고, 무엇을 이루면 멈출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다. 그 기준이 없는 전쟁은 결국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수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