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버팀목이 된 가운데, 중동 전쟁 충격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영 점 삼 퍼센트포인트 밀렸다





중동 지역 전쟁의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원래 예상보다 0.2~0.3%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겉으로 보이는 성장 수치는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구기관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내다봤다. 수치만 보면 버티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경제가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성장 흐름과 기초 여건이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없었다면 세계 성장률은 3.2~3.3% 수준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금처럼 국제 유가 충격이 계속되면 세계 경제는 0.2~0.3%포인트 정도 추가 부담을 안게 된다는 설명이다.

나라별 흐름을 보면 미국과 중국 전망은 오히려 조금 높아졌다. 미국은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기존 예상보다 높은 2.0% 성장이 기대됐다. 중국도 인공지능, 로봇 같은 전략 산업 투자와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에 힘입어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상황이 더 어렵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제조업이 힘을 잃으면서 성장세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로 지역은 0.9%, 일본은 0.7%, 영국은 높은 금리 부담 탓에 0.8%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1년 동안 이어지면 세계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5~1.0%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됐다. 만약 유가가 175달러까지 오르는 심한 상황이 오면 성장률 하락 폭은 최대 2.5%포인트까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기름값 상승이 단순히 에너지 가격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커지면 원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 비료, 해상 운송 비용까지 함께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공급망, 물가, 금융시장이 한꺼번에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경기는 둔해지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도 가장 나쁜 상황에서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세계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지 않은 이유로는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꼽힌다.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큰돈을 쓰면서 세계 교역과 제조업 경기를 어느 정도 떠받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의 인공지능 관련 설비 투자는 지난해 약 5천억 달러였고, 올해는 6천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런 인공지능 투자가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0.5%포인트 안팎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투자도 앞으로는 성장 기여 효과가 점점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 규모 자체는 계속 늘더라도 늘어나는 속도는 예전보다 완만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지만, 경제를 끌어올리는 힘은 예전보다 줄 수 있다고 봤다. 또 미국의 인공지능 투자 증가세가 둔해지면 한국과 동아시아의 수출과 교역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지금 세계 경제는 전쟁에 따른 유가 불안으로 성장 힘이 약해지고 있다. 그나마 인공지능 투자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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