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짚은 감정의 힘, 인공지능도 쉽게 대신할 수 없는 마지막 영역





감정은 마음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몸의 상태와 리듬 속에서 함께 만들어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도형 원장은 우리가 하루에도 여러 번 느끼는 기분의 흐름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감정을 무작정 참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어떤 원리로 감정이 움직이는지 먼저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감정이 분명하게 드러날 때만 “지금 내가 슬프구나”,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훨씬 더 이른 순간부터 몸 안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즉, 감정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속 여러 기관과 감각이 함께 작동하면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이런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감정시계’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사람의 몸에는 감정의 방향과 세기를 바꾸는 여러 요소가 있는데, 장은 소화만 담당하는 곳이 아니라 몸의 화학적 균형에도 관여하고, 심장은 안정감과 긴장감에 깊게 연결된다. 피부는 바깥 자극을 가장 넓게 받아들이는 통로이며, 뇌의 여러 부위와 생식선, 척추 같은 부분도 감정 변화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준다.

특히 자세와 생활 습관은 감정에 큰 영향을 준다. 허리를 오래 구부리고 있으면 몸의 긴장이 쌓이고 기분도 함께 가라앉기 쉽다. 반대로 몸을 펴고 가볍게 움직이면 긴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감정의 결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우울감이나 무기력을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는 햇볕 쬐기, 배를 가볍게 두드리기, 스트레칭, 반신욕처럼 몸의 리듬을 회복하는 작은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명상도 같은 이유로 중요하다. 명상은 마음을 억지로 비우거나 감정을 없애는 훈련이 아니라, 내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천천히 알아차리는 시간에 가깝다. 감정을 바꾸기 위해 좋은 생각만 반복하는 것보다, 지금 내 안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살피는 일이 더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감정을 약점처럼 여기고, 차갑고 빠른 판단만을 더 높이 평가한다고 본다. 공감, 불안, 슬픔, 두려움 같은 감정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밀어내기 쉽지만, 사실 이런 감정도 모두 삶을 지키기 위해 작동하는 신호다. 좋은 감정만 필요하고 나쁜 감정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오히려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

결국 감정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의 안내선이다. 감정을 잘 들여다본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릴 때 왜 그런지 알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되는 일에 가깝다. 감정을 존중할수록 사람은 더 건강하고, 더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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